승    소    사    례

“무기징역도 가능한 죄목”인데, 어떻게 집행유예가 나왔을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주거침입강간) — 이 죄명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법정형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모르실 수 있습니다. 해당 조항(성폭처법 제3조 제1항)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성범죄가 아니라, 주거에 침입하여 강간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매우 엄중하게 다루는 중대 범죄입니다.

그런데 경기남부법률사무소가 수임한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가 2025년 8월 14일 선고한 이 판결은, 어떤 변호 전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잘 보여주는 실제 사례입니다.

지금 비슷한 상황에 처해 걱정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 글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사건의 경위: 판결문에 기록된 사실관계

판결문(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5고합[사건번호])에 기재된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은 2024년부터 피해자(여, 27세)와 교제하다 헤어졌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한 번만 만나달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수차례 보냈으나 피해자는 일체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거지에 직접 찾아가기로 마음먹었고, 미리 알고 있던 도어락 비밀번호를 이용해 현관문을 열고 무단으로 침입했습니다.

피해자가 나가라고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를 무시하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한 뒤 침대 위에 앉아 있던 피해자에게 나체 상태로 접근했습니다. 이후 피해자의 양 손목을 붙잡고 몸 위에 올라타 반항을 억압한 후 강제로 성적 행위를 시도했으나, 피해자가 완강히 거부하고 몸부림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습니다.

법원은 이 범행에 대해 “법행의 내용, 수법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명시했고,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큰 공포감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 실제 판결문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5. 8. 14. 선고)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 판결문 (2025. 8. 14. 선고) — 경기남부법률사무소 수임 사건

법정형과 실제 처단형의 차이: 왜 이렇게 다를까?

판결문에 기재된 양형 이유 중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1년 9개월 ~ 7년 6개월 양형기준의 미적용: 판시 범죄는 미수범이므로, 양형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원래 이 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미수범 감경이 적용되어 처단형의 하한이 1년 9개월까지 내려갔습니다. 또한 미수범의 경우 별도 양형기준이 없어 법원의 재량이 넓게 열려 있었습니다. 이 범위 안에서 변호인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변호 전략의 핵심: 무엇이 집행유예를 가능하게 했나

1. 수사 단계부터 개입한 피해자 합의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피해자와의 합의였습니다. 김정훈 변호사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합의 교섭을 시작했고, 최종적으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이끌어냈습니다.

단순히 합의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합의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명목으로도 직·간접적으로 접근하거나 연락하지 않기로 확약하고, 위반 시 위약벌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을 명문화했습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구체적 장치를 합의서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이는 재판부에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었습니다.

2. 정신과 치료를 통한 재범 방지 노력의 입증

피고인은 단순히 “반성하겠다”는 말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변호인의 조력 아래, 113일간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감정 조절 및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학습했습니다. 재발방지 서약서도 별도로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노력을 양형에서 실질적으로 고려합니다.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판단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반성의 진정성이 수치와 기록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3. 범행 경위와 미수에 그친 점의 적극적 변론

변호인은 피고인의 원래 목적이 피해자와의 ‘대화’였으며, 계획적인 범행이 아닌 순간적인 감정 폭발로 인한 행위였음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완강한 거부로 인해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는 점을 강조하며, 형량 감경 사유로 참작해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범행 자체를 정당화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법률적으로 ‘범의의 정도’와 ‘미수’라는 사실은 선고형 결정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요소입니다.

4. 피고인의 생활 환경과 사회적 유대 관계 입증

피고인은 요리사라는 확고한 직업 목표를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었고, 전과가 전혀 없었습니다. 요식업 자영업 준비 중에 사업자금 대출 이자를 상환하고 있는 상황 등 경제적 책임 역시 입증했습니다. 지인들의 탄원서도 제출하여 피고인의 평소 성품과 사회 복귀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 면제: 또 하나의 중요한 결과

판결문 4페이지에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

성범죄의 경우 신상정보 등록 외에도, 공개·고지 명령이 함께 내려지면 피고인의 이름, 사진, 주소 등이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지게 됩니다. 사회적 낙인이 실형 못지않은 피해를 줄 수 있는 조치입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집행유예 선고 및 수강명령·취업제한명령·신상정보 등록만으로도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공개·고지 명령 없이 마무리했습니다. 이 역시 변호인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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